ai주식/주식ai : 이 지면에 타이완의 디지털부 장관 오드리 탕에 대해 쓴 적이 있다. 기억나시는지? 그때는 다루지 못했지만 탕이 디지털 교육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디지털 기술보다 소양을 강조하면서, 중요한 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게 아니라 “프로그래밍 사고를 배우는 것”이고, 이는 “하나의 문제를 몇 단계로 나눠 여럿이 함께 해결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한다(〈프로그래머 장관 오드리 탕, 내일을 위한 디지털을 말하다〉). 이 말은 현실이 되고 있다.

주식 : 타이완은 탕의 주도로 일찍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시작했고, 2019년에는 기초교육 과정을 개편하고 리터러시 교육을 데이터 역량 교육으로 전환했다. 데이터를 읽고 활용하는 문해력을 넘어, 데이터를 직접 생산하고 공공데이터 구축에 기여하는 정보 생산자로서의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시작된 것이다. 이와 함께 암기하고 경쟁하던 기존 교육과정도 학생들이 한 팀으로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 능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니, 부럽다.

새로운 시대 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교육이 필요한 이때 한국의 교육은 악화일로를 걷는 모양새다. 가만있기도 힘든 폭염에 교사 수만명이 절절 끓는 아스팔트 위에서 구호를 외치고, 언론이 전하는 학교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이대로라면 아무 희망이 없을 것 같다. 현장의 목소리가 궁금해 교사들이 쓴 책을 펼쳤다. 캄캄한 절망을 보리라 생각하며. 하지만 전현직 교사 아홉 명이 쓴 〈별별 교사들〉은 예상과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다양성으로 학교를 숨 쉬게 하는 교사들의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글쓴이들의 정체성은 다양하다. 고등학교 자퇴생 출신 장애인 수학 교사, 시력을 잃은 영어 교사, 청각장애가 있는 사회 교사, ADHD 진단을 받은 초등 교사, 국가가 허락하지 않은 사랑을 하는 성소수자 교사들과 대학 졸업장이 없는 대안학교 교사, 심지어 학교라면 진저리를 치는 교사도 있다.

책을 읽기 전엔 한국에 이런 교사들이 있을 줄 상상도 못했다. 학교는 보수적인 곳이니 교사도 당연히 자격증을 가진 모범생 스타일일 거라 여겼고, 가벼운 장애라면 모를까,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사람이 일반 학교의 교사가 될 수 있다고는생각지 못했다. 한데 책을 보니 학교도 교사도 학생도 내 생각과 달리 하나의 모습이 아니었다. 읽는 내내 가슴이 뛰었던 이유다.

처음엔 예상과 다른 교사의 모습이 낯설었다. 억압적인 학교가 싫어 자퇴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웃으며 자퇴를 권하고, 학생일 때도 학교가 싫었는데 교사가 되니 “훨씬 훨씬 싫다”며 “복수를 도모하는” 교사도 있다. 이런 교사에게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겠냐고 따지고 싶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처음엔 나도 그런 의문을 가졌다. 교사가 시·청각 장애가 있으면 학생들과 소통하기 힘들 텐데 괜찮을까 싶었고, ADHD 때문에 책상 주변은 늘 어지럽고 과제물 검사도 제때 못하는 사람이 제대로 교사 노릇을 할 수 있겠나 싶었다.

하지만 이런 의구심은 학교와 교사에 대한 구태의연한 편견일 뿐이었다. 내가 당연시한 학교의 통제를 부당하게 여기고 맞서는 교사들, 신체적 장애를 갖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교사들을 보면서 학생들은 남다른 자신의 꿈을 키우고 배려하고 함께하는 삶을 배우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선생님 같은 아이들이 없는지 잘 살펴보라”는 의사의 말에, ADHD라는 질병이 여러모로 쓸모 있구나 싶어 가슴이 두근거렸다는 애리 선생님의 말처럼, 이 책의 별난 교사들은 수많은 별난 아이들에게 힘을 주고 희망이 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다시 우리의 희망이 된다.교사는 아이들의 ‘복지제도’

시각장애인 교사 김헌용은 어느 날 출근길에 점자 유도 블록이 새로 생긴 것을 발견한다. 너무나 편해진 출근길, 누가 이런 멋진 일을 했을까? 알고 보니 몇 주 전 자신을 인터뷰한 학생들이 점자 블록이 있으면 좋겠다는 선생님의 소망을 기억해 구청에 민원을 넣은 것이었다. 수많은 기자가 인터뷰했지만 직접 행동한 이는 드물었던 터. 그는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며, “과연 누가 누구에게 가르침을 준단 말인가” 하고 묻는다.

‘공감 대화’의 전도사로 불리는 27년 차 교사 김선희라면 이 물음에 서로가 서로를 가르친다고 답하리라. 그가 쓴 〈어른을 위한 청소년의 세계〉(김영사, 2022)는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에 길들여진 나를 깨운 책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의 공감 교육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아이에게 공감하려는 마음이 지나쳐 그릇된 행동조차 제대로 훈육하지 못하는 이들을 여럿 봐왔기에 처음엔 거리를 두고 책을 읽었다. 그러나 책장을 덮을 때는 그의 공감 대화가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힘센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극빈 가정의 아이로 자신감도 미래도 없던 그에게 음악 교사의 길을 열어준 중학교 때 은사를 추억하며 쓴 글에서, 그는 “교육을 생계의 수단으로 여긴 척박한 시절에도 행복을 추구하는 존엄한 한 존재로 저를 대해주셨고 미래 사회를 살게 해주셨다”라고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이 글의 끝에, “교사는 아이들에게 그 자체로 복지사회요 제도가 될 수 있는 위대한 존재”라고 썼다. 그걸 보고 깨달았다. 공감이란 다른 사람을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것이며, 교사가 학생에게 공감한다는 건 어마어마한 책임과 자부가 동반되는 일이란 것을.

학교에는 아직도 이런 선생님이 많이 있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그들의 진심을 아는 학생이 많다는 것도 안다. ‘교육’ 하면 ‘문제’부터 떠올리는 익숙한 시선 대신 아직 남은 희망을 보는 데에서 우리의 교육을 시작하면 어떨까? 현실을 외면한 지나친 낙관이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의 존귀함을 믿고 그의 역량을 믿지 않는다면 교육은 불가능하다.기자명김이경 (작가)다른기사 보기 [email protected]#별별 교사들#오드리 탕#어른을 위한 청소년의 세계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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