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에 앞선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놓고 언론의 불만이 적지 않은 거 같다. 윤창중 대변인 인선을 시작으로 입길에 오르기 시작하더니 ‘밀봉 브리핑’, ‘깜깜이 인수위’, ‘비밀 인수위’, ‘오만과 불통’, ‘언론통제적 발상’ 등등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기사를 보면 다들 이런저런 지적과 함께 인수위 운영이 공개, 공유, 협력을 정부 운영의 핵심가치로 삼겠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철학에도 배치된다고 덧붙인다. 공개, 공유, 협력. 좋은 말이니 언론관계에도 구현되면 좋은 일이겠다. 언론관계에 대한 당선인의 좀 더 구체적인 발언은 없었을까.

2007년 대선주자 박근혜의 약속

그래서 좀 찾아봤다.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소개할만한 대목이 있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였던 2007년 6월 1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편집·보도국장 세미나에서였다. 굳이 전전(前前) 대선주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 건 지난 대선시기에는 변변히 공개된 발언이 없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대선후보 토론, 이런 거 별로 없었잖은가.

2007년 6월 편집·보도국장 세미나 당시는 참여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이 융단폭격을 퍼붓던 때였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로서 박근혜 전 대표의 입장은 단호했다. 브리핑룸 확대 개편과 사무실 무단출입 금지 방침 재확인, 부처별 대변인제 및 전자브리핑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이 조치에 대해 박 전 대표는 "나라의 수치이고, 자유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2007년 6월 2일자 경향신문 기사의 일부다.

박 전 대표는 "브리핑룸 통폐합은 취재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근본적으로 봉쇄한다. 국가 비상상황에서나 있을 법한 언론통제로 마땅히 철회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4년간의 언론통제 정책은 대통령과 측근들의 개인적 감정과 적개심이 정책화돼 온 과정"이라며 "저는 취재활동을 오히려 지원하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취재자유를 보장하고 취재활동을 지원하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어 "언론자유는 모든 자유 중 근원인 자유"라며 "언론자유의 핵심은 보도의 자유이며, 보도의 자유 중 핵심은 취재의 자유"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정부가 원하는 정보만 국민에게 전달하고 이면취재는 봉쇄하겠다는 것은 언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언론의 역할은 여론을 전달하고 권력기관 감시가 큰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기자들 청와대 내부 출입도 자유롭게?

참여정부 조치에 대해 언론이 너나없이 성토할 때니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환영받을 일이었을 테다. ‘밀봉 브리핑’이니, ‘깜깜이 인수위’니 하는 지금의 상황과는 좀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이날 편집·보도국장 세미나에서 박 전 대표는 ‘내가 집권하면 이렇게 하겠다’는 말도 했다. 다음은 같은 날짜 한국일보 기사다.

그는 ‘집권하면 어느 정도 수준으로 기자들과 접촉할 것인가’는 질문에는 “중요한 문제는 직접 브리핑할 수 있다고 본다”며 “정기적으로 현안이나 국정에 대해 (언론과) 대화를 나누고 국민이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 대화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자실 담합이라든지, 기자들의 사무실 무단출입 등을 지적한다’고 하자 박 전 대표는 “이런 것은 마이너한(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부작용 때문에 전체 제도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의 경우도 거론했다. 한겨레신문 기사의 한 대목이다.

박 전 대표도 “아버지는 한달에 한번 정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오찬하며 여러 가지 얘기를 듣곤 했다. 기자들은 수석비서관실에도 취재하러 갔던 걸로 기억한다. 청와대는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해, 기자들의 청와대 비서실 건물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현 정부의 관행을 비판했다.

대통령이 중요한 사안의 경우 기자들에게 직접 브리핑하고, 정기적으로 출입기자 혹은 언론과 대화하고 게다가 출입기자들은 춘추관만이 아닌 청와대 비서관실에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대선주자로서 이런 말을 한 정치인이 당선인이 됐으니 말대로 구현된다면 언론은 참 좋겠다. 그리되면 언론은 새 정부의 언론관계나 대언론시스템이 진일보했다고 박수쳐줄까.

떠오르는 건 두 가지다. 먼저 박근혜 당선인의 생각과 방침. 현 인수위의 ‘신중함’엔 일견 이해가 간다. 이것저것 파악하고 보고받고 검토하는 단계에서 기사가 나가면 불필요한 혼란이나 혼선을 부를 수도 있다. 허나, 당선인의 과거 발언과 지금의 상황은 대비되어도 너무 대비된다. 전전(前前) 대선주자 시절과 지금 당선인으로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거나, 혹은 "정부가 원하는 정보만 국민에게 전달하고 이면취재는 봉쇄하겠다는 것은 언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2007년 대선주자로서 발언은 인수위가 아닌 정부 출범과 함께 적용되는 사안이라는 정도의 해명은 필요한 거 아닌가 싶다.

또 하나는 이에 대한 언론의 역할이다. 당선인이 과거 대선주자 시절에 한 말들이 이러했으니 지금도 유효한 건지, 아니면 생각이 달라진 건지, 혹은 인수위 때는 아니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면 그리되는 건지 따져주면 좋겠다는 거다. 다른 사안도 아니고, 당선인이 일찍이 설파한 "언론자유의 핵심은 보도의 자유이며, 보도의 자유 중 핵심은 취재의 자유"에 관한 사안 아닌가.

지금의 상황을 되짚고 두고 볼 이유는

해서, 두 개 다 궁금하다. 인수위와 이어질 새 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할지, 언론은 이를 어떻게 보도할지 말이다. 그렇게 되짚으며 지켜보면 ‘밀봉 브리핑’, ‘깜깜이 인수위’가 어떤 시절의 시작인지 알 수 있을 거 같다.

참고로, 2007년 6월 편집·보도국장 세미나에는 또 한명의 유력 대선주자였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참석했다. "언론자유의 문제는 정치전략이나 정치공학적 차원에서 계산해서 될 일이 절대 아니다", "민주사회에서 언론은 (개인의) 유불리에 관계없이 존재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보도의 자유에 따른 책임과 권한은 있지만 근본적인 것은 누구도 언론보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점"…. 그날 이명박 전 시장이 한 말들이다. 그래서 지난 5년이 어떠했더라? 이 전례만 갖고도 새 5년을 맞는 지금, 일련의 상황을 되짚고 두고 볼 이유는 충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