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ing : 흔한 오해와 달리, 소재 측면에서 정론과 타블로이드의 차이는 없다고 지난 글에 적었다. 타블로이드도 정치인을 다루고, 정론도 셀럽을 다룰 수 있다. 다만, 타블로이드는 마구잡이로 보도하고, 정론은 검증하여 보도한다. 차이는 취재 대상이 아니라 취재 방법에 있다. 방법이 다르지 않은 한국의 전통 언론과 타블로이드의 경계는 얇디얇다. 남현희에서 이선균으로, 다시 이강인으로 옮겨갈 뿐이다.

주식 : 방법을 갈고 닦아야 타블로이드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 퍼질러 앉아 있으면, 옐로우 저널리스트로 살 것이다. 그리 살기 싫은 기자에게 <그녀가 말했다>를 권한다. 영화도 나왔지만, 책이 백배 낫다. 그 책은 공간 이동의 포털이다. 옹색한 집에서 신묘한 호그와트로 순간 이동하는 해리 포터처럼, 답답한 한국 언론을 벗어나 최고 저널리스트의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을 고발한 뉴욕타임스 기자들의 이야기에서 남현희, 이선균, 이강인을 다루는 보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대목만 추려 내도 원고 분량이 부족하다.

첫째, 기자들은 처음부터 당사자를 직접 인터뷰했다. 다시 말해, 취재의 첫 단추가 ‘당사자 인터뷰’에 있다고 봤다. 물론, 취재의 마지막 단추도 당사자 진술이다. 피해자의 진술로 출발하여, 가해자의 진술까지 확보해야 취재가 마무리된다. 이를 생략하면 타블로이드다.

둘째, 기자들은 ‘실명 증언’을 끌어냈다. 고발 대상은 세계적 셀럽이었다. 고발 수준이 높을수록 고발 근거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익명 증언은 이미 여러 타블로이드가 보도한 상태였다. 익명 고발이었기에 와인스타인은 옹성에서 쫓겨나지 않았다. 타블로이드와 정론의 차이를 뉴욕타임스 기자들은 완전히 이해했다. 유명 배우들이 실명으로 증언할 리 없다고 지레 포기하지 않았다.

셋째, 기자들은 ‘삼각 인터뷰’로 실명 증언을 보강했다. 와인스타인이 호텔 방으로 자신을 불러 폭행했다는 A의 진술을 들었다면, (그것이 당사자 진술임에도) A가 호텔 방에 올라가는 장면을 목격한 B의 진술을 추가로 확보했다. 피해자의 말이라고 무턱대고 믿지 않았다. 다른 이의 진술로 보강되는 피해자 진술만 보도했다.

넷째, 기자들은 (삼각 인터뷰 말고) ‘삼각 접근법’으로 증거를 보강했다. 피해자의 실명 증언, 이를 지지하는 3자 증언을 확보한 다음, 이를 입증할 문서를 추적했다. 삼각 접근법은 서로 다른 방법으로 가설을 검증하는 사회과학 방법에서 비롯했다. 삼각 접근법의 측면에서 보면, 여러 사람과 인터뷰했어도 하나의 방법을 적용했을 뿐이다. 인터뷰를 문서로 보강하고, 문서를 현장 취재로 보강하고, 현장 취재를 다시 인터뷰로 보강하는 복수의 취재 방법이어야 사실을 강력하게 입증할 수 있다고 기자들은 생각했다.

취재에 적용하는 삼각 접근법의 바탕에는 세 요소가 있다. 미국 어느 언론학자들은 저널리즘의 ‘성스러운 삼 요소’(holy trinity)로 ‘현장 관찰·목격’, ‘문서·데이터 분석’, ‘인물 직접 인터뷰’를 제시했다. 간단하므로 수학 공식처럼 외워도 좋겠다. 당사자를 인터뷰했는가, 현장을 가봤는가, 문서·데이터를 분석했는가. 삼각 접근법은 이들 삼 요소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을 적용하는 취재 방법이다.

이 과정을 거쳐 확인된 사실만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첫 기사의 제목은 ‘하비 와인스타인이 수십 년간 성폭력 고발자들에게 합의금을 지불했다’였다. 한국 언론이라면 ‘[단독] 와인스타인 성폭행 논란’이라고 제목을 뽑았을 것이다. 차이를 생각해보자. ‘합의금 지불’은 당사자 증언, 3자 진술, 그리고 법률 문서로 교차 확인한 사실이다. ‘성폭행’은 피해자의 진술이 있지만, 와인스타인이 반박하는 사안이다. 무엇이 탄탄하게 입증된 사실인가? 어느 기사가 와인스타인의 범죄를 입증하고, 세계적 ‘미투 운동’의 진앙 구실을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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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간단하면서도 놀라운 삼각관계다. 하나의 점에서 출발하자. 사람의 말, 관찰한 현장, 분석한 문서 가운데 하나가 출발점이다. 그리고 점 하나를 더 찍자. A의 말과 B의 말을 비교하거나, 문서 C와 문서 D를 비교하자. 마지막 점은 다른 방법으로 확보해야 한다. 말을 입증할 문서를 찾거나, 문서를 입증할 현장을 찾자. 삼각 접근법에는 물기가 없다. 건조하고 차가운 원칙이다. 다만, 그 삼각형을 그리는 상상만으로 당신의 가슴에서 뜨거운 덩이가 뭉클거릴 수 있다. 아직 타블로이드 기자로 전락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 참고문헌: Anderson, C. W., Bell, E., & Shirky, C. (2012). Post-industrial Journalism: Adapting to the Present. New York, NY: Tow Center for Digital Journal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