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 역사소설가 김탁환 작가(55)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를 진행하다가 김관홍 잠수사를 만났다. 세월호 선체에서 희생자들을 찾아 품에 안고 물 밖으로 올라오는 김관홍 잠수사의 이야기로 장편소설 〈거짓말이다〉를 썼다. 퇴고 도중 김 잠수사가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또 다른 민간 잠수사들의 이야기를 엮어 〈아름다운 그이는 사랑이어라〉와 소설 〈거짓말이다〉의 제작 과정을 작가의 일기 형식으로 담아낸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를 출간했다. 2018년 메르스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살아야겠다〉를 펴낸 뒤 대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생태적인 삶을 찾아 전남 곡성 섬진강변 마을로 귀촌했다. 지금은 ‘들녘의 마음’이라는 책방을 운영하면서 글을 쓰고 농사도 지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재원 : “박근혜 정부 때라 방송이 다 차단돼서 팟캐스트를 해보기로 했어요. 유가족들과 활동가들이 직접 출연하기로 했는데, 제가 사회를 보게 됐죠. 제목이 ‘4·16의 목소리’인데, 유가족들에게 원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자는 생각이었어요. 방송 분량은 한 시간 정도인데 실제로 녹음하는 데 네다섯 시간씩 걸렸어요. 아이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다 이야기하니까요. 유가족들을 매주 만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유가족 말고 활동가를 한 명 부르기로 했는데 김관홍 잠수사가 온 거예요. 그때가 2016년 3월이었는데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런데 이분도 한 대여섯 시간쯤 이야기했어요. 유가족이 아니니까 짧게 할 줄 알았거든요. 근데 묘사력이 되게 뛰어난 거예요. 가령 바지선에서 내려가면 세월호에 들어가서 찾아보고 희생자를 발견하면 두 팔로 안고, 30분 안에 올라와야 되거든요. 그 이상 하면 잠수병 걸리니까요. 그 30분 동안 물속에서 일어난 일을 아주 구체적으로 자세히 이야기하는데, 어떤 냄새가 났고 어떤 느낌이었는지까지 이야기했어요.

잠수사들이 하는 이야기는 전부 물 밑에서 일어난 일이잖아요. 그 당시에는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를 건지지 않을 것이란 소문이 돌 때였어요. 실제로 물속의 배가 어떤 상태인지 직접 내려가서 본 사람은 잠수사밖에 없잖아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록해 놓을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희생자들을 어떻게 안고 나왔는지 기록해야겠다. 2주 정도 지나서 김관홍 잠수사를 다시 만났어요. 물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소설이 되든 논픽션이 되든 어쨌든 기록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김관홍 잠수사가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근데 책을 빨리 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제가 아무리 빨리 해도 2017년 4·16 정도는 돼야 책을 낼 수 있다고 했거든요. 근데 물속 상황을 빨리 알리고 싶으니까 1년은 너무 늦다는 거예요. 언제면 좋겠느냐고 다시 물어봤더니 여름에 내달라는 거예요. 어쨌든 여름까지 미친 듯이 했어요. 보통은 구상-답사-자료조사-초고-퇴고 순서로 진행하는데, 바로 답사를 가고, 글을 쓰고, 퇴고를 하면서 동시에 진행했어요. 그래야 시간을 맞출 수 있으니까요. 6월 초까지 동거차도에 가고, 팽목항에 가고, 세월호와 관련된 모든 것을 김관홍 잠수사와 함께 답사했어요. 미친 듯이 했죠. 제 소설 인생에서 시간이 가장 짧게 걸렸어요. 하루 12시간 이상, 깨어 있을 때는 거의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6월 초에 〈거짓말이다〉를 퇴고하게 되었어요. 한 2~3주 있다가 퇴고 마치고 편집해서 책이 나올 테니 그때 전국에 순회강연, 북 토크를 다니기로 하고 3주만 기다리고 있으라 했는데, 그사이에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정말 억울하고 안타까웠던 점은 김관홍 잠수사가 그해 6월에 세상을 떠났는데 11월쯤 ‘촛불’이 시작돼서 그 겨울에 세상이 뒤집힌 거예요. 그해 여름엔 정말 절망적이었거든요. 세월호 특조위도 다 해체되고 완전히 바닥을 치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김관홍 잠수사도 우울감이 더 높아졌을 거예요. 사람이 한 6개월 앞만이라도 예측할 수 있다면 어땠을까요. 그러면 김관홍은 안 죽었을 텐데….

세월호는 계속 새롭게 이야기되어야만 해요. ‘시간이 지났고 조사가 다 됐고 시간이 멀어질수록 이건 충분하다’고 착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세월호 침몰하고 2년이 지나서 자료조사를 해보니까 그때 벌써 많은 것들이 지워져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그 2년 동안, 죄를 지은 사람들이 없앴겠죠. 통화 기록이라든지, 진상을 밝히는 데 필요한 자료들을요. 그래서 이게 우그러져 있다고 해야 하나? 배가 가라앉아 있는 상태에서 재판을 다 진행해버렸어요. 배가 떠오르고 나서 재판을 진행했더라면 달라졌을 그런 상황들이었어요. 선원들에 대한 재판도 배가 가라앉은 상태에서 진행되었고, 가장 유리한 쪽으로 선고를 다 해버렸기 때문에 구멍이 생기는 거죠.

역사소설을 쓰면 역사에 검은 구멍 같은 게 있어요. 아무리 들여다봐도 자료가 없으면 작가들은 그걸 상상력으로 메웁니다. 그 구멍 속에 있었던 자료들이 무엇일까를 계속 생각해요. 그렇게 찾다 보면 또 나올 수도 있어요. 양심선언 같은 것은 한 30년 지나서도 할 수 있잖아요. ‘이 이야기들은 이렇게 정리되었다’가 아니라 계속 생각하고 찾아내야만 해요. 이런 참사의 경우, 특히 자료 자체가 부족하고, 어그러져 있고, 비어 있기 마련이에요. 그러니까 새롭게 이야기해야 하는 거죠. 세월호 이야기는 이제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기자명조남진 기자다른기사 보기 [email protected]#세월호#세월호 10주기#세월호 10년 100개의 기억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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