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세월호 참사 일반인 생존자 김동수씨가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해양수산부는 배·보상 직권재심의하라”고 요구했다. ⓒ 박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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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세월호에 탑승해 300여 명의 눈망울을 보고 나왔습니다. 사람들이 창문에 붙어 있던 모습과 나이 드신 분들이 ‘젊은 사람부터 구해달라’고 했던 말들, 10년이 다 됐지만 저는 지금도 유리창을 보면 그런 장면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국가는 나서서 저희의 치료를 돕지 않고 있습니다.” – 세월호 참사 일반인 생존자 김동수씨

세월호 참사 직후 ‘생존자들의 배·보상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국가조사기구 의견과 법원 판결에도 정부가 직권재심의 신청을 거부하자, 당사자가 직접 국회를 찾아 관할부서인 해양수산부를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 일반인 생존자 김동수씨와 그를 지원하는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 변상철 공익법률지원센터 파이팅챈스 소장, 그리고 윤미향 무소속 의원 등은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구조 실패가 명백히 밝혀진 참사이므로 국가가 생존자들의 피해에 대해 배상책임을 져야 하는데 정부는 그때 당시의 불완전한 배·보상 결정에 생존자들이 동의했다는 이유로 추가 배·보상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해양수산부는 생존자들에 대한 직권재심의를 진행해 아직도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을 구조하라”고 강조했다.

10년간 계속되는 트라우마, 끝나지 않은 국가 책임
큰사진보기 ▲ 세월호 참사 일반인 생존자 김동수씨가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해양수산부는 배·보상 직권재심의하라”고 요구했다. ⓒ 박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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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당시 침몰하는 배에서 다른 승객 20여 명을 먼저 구했던 화물차 기사 김동수씨는 ‘파란 바지 의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기자회견 내내 두 눈을 꼭 감았던 그는 “오늘도 (살아남았다는 것에) 죄의식을 느껴 눈을 뜨지 못했다”고 말했다.

발언대에 오른 김씨는 “10년이 지났지만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오는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흐른다. 3월이면 참사 당시 사람들의 목소리가 이명처럼 심해진다”면서 “그런데도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개인 경비를 들여가며 서울을 왔다 갔다 해야 했고,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으려면 가족들이 나설 수밖에 없어 10주기 동안 너무나 참담했다”고 밝혔다.

또 “참사 직후 (국가가) ‘지정해 준 병원에 빨리 가서 진단서를 받아와야 (배·보상이) 된다’고 해서 급하게 진단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진단도,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서 “어떻게 10년 만에 그 병이 나을 수가 있겠나. 생존자들이 살 수 있도록, 얼굴 들고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사 생존자들을 지원하는 변상철 공익법률지원센터 파이팅챈스 소장은 “김씨를 비롯한 제주 지역 생존자 24명은 (2015년 세월호피해지원법 시행 이후) ‘6개월 안에 배·보상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그런데 당시 생존자들의 진단서를 보면 ‘외상 후 최소 2년 이상이 경과한 후에 (후유장애를) 판정하는 것이 원칙이나 현시점은 외상 후 1년 2개월이 지난 시점이므로 적절하지 못함을 고려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변 소장은 “이 때문에 최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역시 ‘직권재심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지만, 최근 해양수산부는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직권재심의가 불가하다’고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생존자들의 법률대리인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당시 배·보상은 외상 후 1년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진행된 것이기에 당연히 추진 과정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음에도 해양수산부는 ‘피해자들이 과거에 배·보상 결정에 동의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추가 배상은 해줄 수 없다’,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식으로 공을 법원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생존자들이 해양수산부에 직권재심의를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돈을 더 달라는 의미가 아니”라며 “참사 직후 완전하지 못했던 진단서를 가지고 밀어붙인 배·보상 결정, 즉 국가의 책임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배·보상법에 관련된 (잘못된) 규정들을 이제라도 정리해서 여러 사회적 참사의 생존자, 유족들이 똑같은 아픔과 슬픔을 겪지 않게 할 것”이라며 “정부가 사참위 의견을 존중하도록 끝까지 직권재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참위, 법원 연이은 지적에도… 해수부 “어렵다”
큰사진보기 ▲ 세월호 참사 일반인 생존자 김동수씨가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해양수산부는 배·보상 직권재심의하라”고 요구했다. ⓒ 박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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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2015년 3월 29일 세월호피해지원법 시행으로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에게 배·보상의 길이 열렸다. 하지만 당시 생존자들이 복수의 병원에서 발급받은 후유장애진단서에 따르면 배·보상 신청기한(법 시행 6개월) 내에 생존자들이 후유장애를 제대로 진단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사참위 역시 2021년 발간한 ‘세월호 참사 배·보상 기준과 추진 과정의 적정성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세월호 참사 배·보상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점 등을 고려하여 직권재심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에 생존자들은 제대로 된 배·보상을 위해 2021년 12월 해양수산부에 직권재심의 검토를 요청했고, 해양수산부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장은 2022년 1월 “관련 국가배상소송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종합적으로 검토, 분석 후 위원 전원의 의견을 물어 결정하자는 의견이 다수”라고 회신했다.

이후 법원에서는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연이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2023년 1월엔 “국가가 참사 희생자 유족에게 총 88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올해 3월엔 생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생존자)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연이은 정부 배상 책임 인정 판결에 김동수씨 등은 해양수산부에 다시 한번 직권재심의 검토를 요청했으나, 지난 19일 해양수산부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 가족지원과로부터 “직권재심의는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