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지사한 사람이 분당하고 무슨 상관인데?”
“야, 그러면 안철수는 뭐 해줬는데? TV토론 못 봤어?”
“민주당은 뭐 잘했냐?”

판교역 3번 출구 인근 흡연구역, 때 아닌 언쟁이 벌어졌다. 기자가 동네의 선거 분위기를 질문한 결과였다.같은 직장에 다닌 동년배 두 사람은 현역 의원인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와 도전자인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 중 누가 더 별로인지 입씨름을 시작했다. 22대 총선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떠오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갑의 풍경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안철수 후보의 무난한 우위가 예상됐다. 분당구 갑은 기본적으로 여권의 텃밭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판교신도시와 분당구 일부를 포함하는 분당구 갑은 전반적인 소득 수준도 높고, 부동산 이슈에 민감한 지역구다. 국민의당이 ‘녹색 돌풍’을 일으키며 3자 구도를 형성했던 20대 총선을 제외하면 민주당 계열이 한 번도 깃발을 꽂지 못한 곳이다.

민주당이 수도권을 휩쓸었던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간판으로 출전한 김은혜 당시 후보는 1128표차(0.72%p)로 오히려 이 지역구를 보수진영의 품에 되돌려줬다. 2022년 6월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김병관 당시 민주당 후보가 얻은 표는 5만235표(37.49%)에 불과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무려 8만3747표(62.50%)로 3만3512표차(25.01%p)의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당의 ‘험지 출마’ 요청에 응해 전략공천된 이광재 민주당 후보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다. 각 진영의 잠재적 차기 대권주자끼리 맞붙으며 판이 커진 데다, 막상 레이스를 시작해 보니 ‘정권심판론’ 바람이 불었다.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여론조사상 지지율이 점점 붙더니,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비록 오차범위 안이지만, 이광재 후보가 이를 역전하는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오차범위 밖으로 추월한 여론조사 결과마저 있었다(관련 기사:[경기 성남분당갑]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51%, 국민의힘 안철수 38%https://omn.kr/285hy).

다만 ‘밭’의 성격 자체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여전히 여당이 지역구 내 우위를 보이고 있다. 정권 견제에 대한 열망도 다른 수도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반드시 사수해야 할 지역구인만큼, 당도 총력을 쏟아붓고 있다. 사전투표일 첫날이었던 지난 5일, <오마이뉴스>가 찾은 격전지 분당구 갑 곳곳에서 정말로 투표함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모르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좌파들이 발목만 잡았다” vs. “대통령 당선되고 하루하루 쪽팔려”
큰사진보기 ▲ 분당갑 선거운동원들지난 5일, 서현역과 연결되어 있는 대형 쇼핑몰에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 측 선거운동원들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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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구 갑 주민들의 표정은 매우 다양했다. 판교역 근처에서 자영업을 하는 30대 여성은 “현 정권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지지한다”라며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비롯된 잘못된 정책들로 인해 여전히 매우 고통 받고 있는 당사자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으로서는 그나마 현 정권에 더 힘을 실어주고 싶다”라며 “안철수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여당인 국민의힘에 표를 던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 인근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온 노부부도 “무조건 국민의힘”이라고 강조했다. 여성은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망쳐놓은 나라를 되살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당장 성과가 나지는 않더라도 맞는 방향으로 지금 정부가 잘하고 있는데, 좌파들이 발목만 잡으면서 무조건 흔드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남성 역시 “지금 정부가 영 못 미덥다면 다음 대선에서 심판하면 된다”라며 “2년 밖에 안 된 정부가, 하고 싶은 걸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는데 벌써 심판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말을 보탰다.

반면, 아이를 데리고 온 다른 젊은 여성은 “볼 때마다 짜증이 나서 뉴스를 안 본 지 좀 됐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하루하루 쪽팔리지 않았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대통령 부부가 임기 끝날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라며 “그러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민주당이 최대한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점심시간이 끝날 때 맞춰 회사로 돌아가던 30대 직장인 남성은 “상사들은 40대냐, 50대냐, 그 이상이냐에 따라 확연하게 지지 성향이 갈리는 것 같고, 우리 또래들은 좀 복합적인 느낌”이라며 “그래도 친구들 중에서 목소리 큰 녀석들은 확실히 민주당 성향이 강한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자신을 ‘스윙보터’라고 소개한 그는 “부동산을 생각하면 2번이 나은 것 같지만, 또 지금 정권을 생각하면 1번을 찍어주고 싶기도 하다”라면서도 “사실 누가 당선이 되든 크게 바뀌는 걸 느끼지 못했다. 안철수가 뭘 했는지도 잘 모르겠다”라고 꼬집었다.

서현역 쇼핑몰에서 만난 남성 청년은 스스로 ‘정치 고관여층’이라며 “김은혜 지역구(분당을)였으면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 주저없이 민주당을 찍었을 텐데, 후보가 안철수라서 찍어줄지 말지 좀 고민”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에서 망한다는 건, 수도권이 전멸하고 영남권만 당선된다는 뜻인데, 그러면 남은 사람들끼리 그 당은 더 이상해지지 않겠느냐?”라고 진단했다.

그는 “옛날 ‘새정치’를 말할 때 보다야 많이 죽기는 했지만, 그래도 국민의힘에 안철수 같은 사람은 살려둬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총선 이후를 생각했을 때, 그래도 대통령에게 어느 정도 할 말 할 줄 아는 안철수가 국회에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요새 발등에 불 떨어져서 바른말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지금 국민의힘에 그 정도 말이라도 하는 사람, 아무 자리도 없는 유승민이나 곧 백수 될 김웅 말고 없지 않느냐”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광재]목욕탕에서 라면 먹는 ‘친구’ 같은 정치인 내세워… 품격 강조
큰사진보기 ▲ 지지자와 인사하는 이광재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서현역 유세 직전 현장의 지지자와 악수를 나누며 인사하고 있다. ⓒ 이광재 후보 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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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광재 민주당 후보의 마지막 공개 일정은 서현역 로데오 거리에서의 집중 유세였다. 서현1동은 지난 보궐선거에서 이매2동(30.53%)에 이어 두 번째로 민주당 득표율(32.15%)이 낮았고, 지난 총선에서는 분당구 갑 지역구 중 가장 적은 득표율(42.17%)을 기록한 곳이다.

오후 6시 30분, 유세 차량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올라와서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전직 국회의원이나 시의원 같은 지역 정계 인사만이 아니라, 당직이 없는 청년 지지자의 발언 순서나, 판소리 혹은 팝페라 같은 형태의 공연까지 올리면서 최대한 관심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팝페라 공연을 할 때는 바로 옆 2층 술집에서 창문을 열고 이를 지켜보던 손님들이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하며 호기심을 보이기도 했다.

6시 50분쯤 마이크를 잡은 이광재 후보는 “결국은 정치라고 하는 것은 말을 통해서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며 “품격 있는 분당, 품격 있는 정치를 해나가는 게 이광재가 드리는 첫 번째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유세 도중 상대 후보인 안철수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를 최대한 피하는 모습이었다.

대신 지역 현안 관련 공약을 설명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분당 주민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섰는데, 오히려 정치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에둘러 여당을 꼬집기도 했다. 이 후보는 “4월 10일, 많은 국민들은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을 생각할 것”이라며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며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집권당 보고 민생경제를 신경 쓰라고 얘기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물가 잡으라고 하니까 뭐라고 얘기했느냐? 파 한 단 들고 뭐라고 얘기했느냐?”라며 “그러니까 국민들이 딴 세상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 아닌가?”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60%의 국민이 (대통령이) 잘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100점에서 60점을 빼면 40점”이라며 “40점이면 뭐가 되는 건가? 낙제를 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선생님한테 혼나는 것이다. 4월 10일, 확실하게 혼내주자”라며 “무기력한 분당의, 무기력한 정치를 확실하게 우리가 바꿔버리자”라는 호소였다.
큰사진보기 ▲ 유세 중인 이광재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유세 차량에 올라 지역 주민들에게 한 표를 부탁하고 있다. ⓒ 이광재 후보 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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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를 마친 이 후보는 <오마이뉴스>에 “국민들께서 살기 힘들어 하신다. 그리고 ‘너무 정부가 일방통행이다. 예측 가능성이 없다. 국정운영의 전환점을 만들어줘야 되겠다’ 이런 생각이 많은 것 같다”라며 “국정운영에 제동이 필요하다며 화가 많이 나 계시는 것 같다”라고 지역구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상승세는 뚜렷한 것 같다. 동네 목욕탕에서 씻고 라면 먹고 있으니까 주민들이 신기해 하더라”라며 “이미지 정치가 아니고 친구 같은 정치인, 그리고 약속을 지키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계신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막판 변수를 묻는 말에는 최근 여타 후보들의 설화를 의식한 듯 “끝까지 겸손하게 열심히 해야 한다. 말들 조심해야 한다”라며 “민심은 항상 변한다. 국민을 좀 무서워하고 그래야 하늘도 감동해서 민심도 같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퇴근길에 유세를 지켜본 한 40대 여성 직장인은 “이광재 후보가 말을 험하게 안 해서 일단 좋은 것 같다. 민주당 정치인 중에서는 그래도 부드러운 이미지 아닌가”라며 “기본적으로 정권 심판에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날 서 있는 사람은 부담스러운데, 그런 면에서 이광재 후보는 우리 지역구에 어울리는 괜찮은 후보라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안철수]도보로 ‘스킨십’ 강화… “전과자에 넘겨줄 수 없다” 자극도
큰사진보기 ▲ 도보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5일 늦은 오후, 서현동 일대를 걸어다니며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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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이날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의 마지막 공개 일정도 서현동이었다. 그는 이날 오후 7시 50분부터 배우자 김미경씨와 함께 도보로 선거운동에 나섰다. 서현2동부터 1동까지 상가와 거리 곳곳을 훑으며 직접 악수하고 인사하는 스킨십 유세였다. 지지층이 많이 모여 있는 동네인만큼, 최대한 이탈을 막고 더욱 결집할 수 있도록 소통에 나선 셈이다.

1시간 가량 안철수 후보 부부가 마주친 시민들 중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았다. “좋은 주말 되십시오”라는 그의 인사를 무시하는 이들도 일부 있었다. 자전거를 탄 아들이 “우와, 안철수다”라고 하자, 함께 산책을 나온 한 중년 남성은 “응, 그런데 저 아저씨 안 될 거야”라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빨간 외투에 청바지, 그리고 낡은 운동화를 신은 안철수 부부는 사람이 많든 적든 호프집, 고깃집, 횟집, 베이커리, 탁구장을 가리지 않고 걸어 들어갔다.

실제로 대부분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었다. 딸과 함께 식사 중이던 어머니부터 함께 술 한잔 하러 나온 신혼부부까지 “진짜 안철수야?”라더니 달려 나와 ‘셀카’ 촬영을 요청하는 이들이 쇄도했다. “파이팅” “팬이다” “응원하고 있다”라는 인사들이 곳곳에서 쏟아졌고, 지나가다가 창문을 내리고 경적을 울리며 인사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식당에서 나온 40대 남성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골프 모임에서 기념으로 맞춘 옷”이라며 붉은색 외투를 들고 나와 사인을 부탁하기도 했다.

가게를 정리 중이던 식당 사장은 안철수 후보에게 “옛날에 의사하고 컴퓨터 바이러스 잡을 때부터 좋아했다. 지금 정치하는 사람 중에서도 제일 괜찮아 보인다”라면서 “항상 응원하고 있다. 꼭 당선되시라”라고 이야기했다. 안철수 후보는 “감사하다. 힘내겠다”라며 “좋은 세상 만들겠다”라고 화답했다. ‘재건축’ 문제를 언급하는 시민에게는 “제가 맡은 일이 그거 아니겠느냐”라고 안심시키기도 했다. “이미 찍어주고 왔다”라는 주민들도 여럿이었고, 점포를 정리 중이던 한 자영업자는 인사하는 안 후보에게 ‘엄지 척’을 내보이기도 했다.
큰사진보기 ▲ 도보 유세 나선 안철수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5일 늦은 오후, 서현동 일대를 걸어다니며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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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 현장을 인스타그램으로 생중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당시 라이브를 지켜보는 접속자는 70여 명 수준이었고, 이날 라이브 유세 누적 시청자는 3000명 안팎이었다. 근처에서 공부 중이었다는 여학생은 “라이브하는 것을 보고 어디에서 유세하는지 (확인한 뒤) 찾아왔다”라며 사진 촬영을 부탁하기도 했다. ‘맞팔’임을 자랑하며 다가오는 남학생도 있었다. 이처럼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의 사진 촬영 요청도 꽤 있었는데, 안 후보는 웃으며 모두 응해주었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도 꽤 있었다. 한 장년 여성은 “내 주변에는 다 안철수 찍겠다는 사람밖에 없는데, 여론조사가 왜 그렇게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라며 “박빙인 게 이해가 안 간다. 무조건 국민의힘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토로했다. 다른 노년 남성은 안 후보의 손을 붙잡고 “지금 판세가 전체적으로 안 좋지 않은가”라며 “대한민국이 어떻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여론조사는 좋을 때도 있고, 좋지 않을 때도 있다. 사람 마음이란 게 며칠 만에 또 바뀔 수도 있다”라며 “지지층이 결집할 것이다. 저도 열심히 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걱정하지 말고 꼭 투표해주시라. 꼭 이기겠다”라며 “손가락 자른 전과자에게 어떻게 지겠느냐. 여기를 넘겨줄 수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광재 후보의 손가락 일부 절단 및 병역 기피 의혹을 언급하며 표심을 자극한 것이다.

이날 다른 동네에서 관외 사전투표를 하고 왔다는 장년 남성은 “우리 집 다섯 표는 모두 국민의힘 표”라며 “실제로 동네에서 안철수 후보를 여러 번 만났다. 정말 열심히 하는 것 같다”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지금 정부를 향해 여러 말들이 있지만, 총선은 결국 후보 얼굴 보고 지역 일꾼을 뽑는 것”이라며 “안철수처럼 큰 정치인이 우리 동네를 대표하는 일꾼이라서 좋다”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