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 4·10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관권선거’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미 15차례 연 민생토론회는 전에 없던 수준의 사전선거운동이라고 할 만하지만 야당과 일부 언론의 비판에도 아랑곳 없이 강행되고 있다. 다음달까지 영남권과 충청권 등에서 계속 열릴 계획이다. 윤 대통령과 정부의 노골적인 관권선거 행보에 길을 닦아주는 것은 무엇보다 언론이다. 관권 선거, 선거용 공약 남발에 대한 다수 언론의 침묵과 방조, 나아가 오히려 부채질까지 하는 언론의 도움을 받아윤 대통령은 보따리를 갖고 다니며 어음을 마구 뿌리듯 하는 지방 순회를 선거 직전까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i주식/주식ai : <시민언론 민들레>가 지난 23일 보도한 대로 지난달 4일부터 이날까지 총 14차례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약속한 투자유치 및 사업 추진 금액은 총 831조 원이었다.이 금액도 윤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 보도자료, 언론보도 등을 토대로 투자금액, 총사업비, 정책 예산 등을 기간과 관계없이 단순 합산한 것으로 세제 혜택이나 향후 계획 등을 모두 반영한다면 약속한 금액은 이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언론의거센 비판이 나올 일이지만 대부분의 언론들은 그대로 중계해주는 데 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추기는 기사들을 싣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21년 2월 ‘동남권 메가시티’(부울경 메가시티) 행사에 참석했을 때 야당이었던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들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노골적인 선거지원”이라며 강력 반발했던 것과 달리 윤 대통령의 전국 순회엔 침묵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이에 환호를 보내며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 울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내놓은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 혁신안에 대한 여러 언론의 보도가 대표적이다. 그린벨트에 대한 일부 완화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적한 대로 “모호한 지역경제 활성화나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국민 생활과 미래세대를 위한 토지이용규제를 낡은 규제로 치부하면서 없애겠다는 건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개발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은 주요 언론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윤석열 정부 자신이 두달 전인 지난해 12월 12일 국무회의에서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2024~2028)을 의결하면서 2030년까지 자연 보호지역을 전 국토의 30%로 늘리고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던 것을 전면적으로 뒤집는 것이었지만 언론의 보도는 <지역경제 살리려 53년 만에 ‘족쇄’를 푼다>(조선일보) <지상개발 20년 족쇄>(중앙일보)와 같이 거의 환영 일색이었다.

지난달 25일 의정부에서 열린 6번째 민생토론에서 ‘교통분야 3대 혁신’이라는 이름 으로 발표된 기존 노선을 연장하는 것과 함께 신규 노선을 신설한다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골자는 GTX를 강원 충청 지역까지 확장한다는 것으로, 전형적인 ‘준비 안 된 급조된 선거용 선심 공약’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다음날 중앙일보가 1면에 <교통혁신, 수도권 교통 편해질 것>이라고 반기는 기사를 싣는 등 대부분의 언론이 대통령과 정부의 발언을 그대로 옮겨 적으면서 교통의 '혁신'과 '청사진'으로 전했다.“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지역 민심에 영향을 주는 대규모 토목공사 계획을 내놓은 것이며, 역 이름을 못박아 표심을 자극했다” “재원 사업성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한겨레의 지적은 다수 언론들의 요란한 박수 소리에 묻혀버렸다.

이공계 대학원생에 대한 장학금 지급이라는 공약은 '병 주고 약 주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에 대해 매서운 비판이 나왔어야 하지만 언론은 이를 과학기술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배려에서 비롯된 선물'로 포장했다.과학기술계에서는 ‘폭거’로 받아들이고 있는 올해 연구개발(R&D) 예산 4조 6000억 원 삭감으로 중소기업과 정부출연연구소들이 수년간 연구했던 과제를 중단해야 할 상황에 몰린가운데 대전에서 열린 12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 이공계 학생들이 학비나 생활비 걱정을 덜 수 있도록 연구생활장학금 제도를 도입해 국가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모든 전일제 이공계 대학원생들에게 석사는 매월 최소 80만 원, 박사는 매월 최소 110만 원을 빠짐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선심 쓰듯 말했다. 이공계 대학원생들은 생활비가 모자라 연구를 접을 형편임을 무시한 '초현실적'이며 미봉적인대책이다. 그러나한국경제는 다음날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학업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생활비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라며 윤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중계해 이공계 연구자들의 '민생'이 크게 호전될 것처럼 쓰고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달 15일부터 19일 사이 정부의 감세 정책을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의 정책 보도를 살펴본 결과를 담은 보고서도 언론의 감시와 비판 실종의 실상을 보여준다.이 보고서는“세수감면 정책으로 세수가 줄면 재정 수입 감소가 불가피한데 대체 예산 확보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밝히고 있다.

‘91개 부담금 구조조정’ 추진안에 대해 부담금제도를 전면 대수술하는 것인 양 호평 일색 보도가 이어졌다. 1월 17일자 중앙일보 <24조 준조세 63년 만에 대수술…윤 대통령 “전수조사하라”>는 조세 감면으로 인한 문제 지적 없이 “역동적이고 지속가능한 자유시장경제를 위해 자유로운 경제 의지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부담금은 과감하게 없애 나가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강조했을 뿐이다. 같은 날짜조선일보 <껌 살 때도 영화 볼 때도 부담금… 91개 ‘준조세’ 손본다> 역시 “부담금 제도가 전면 대수술에 들어갈 계기가 마련됐다”는 긍정적 평가 일색이었다. MBN도 긍정적 전망을 전할 뿐, 세수 감소로 인한 적자 재정은 언급조차 없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증권거래세 인하, 국내투자형 ISA 신설 등에 대한 정책 발표에서도 KBS는 <금투세 폐지 공식화…“세제로 자산 형성 지원”> 보도에서 고액자산가를 위한 대표적인 부자감세 정책으로 꼽히는 사실에 대한 지적은 축소하고, 세제 지원이나 ISA 가입 대상을 늘려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만 부각했다.

매일경제는 금투세 폐지를 아예 “부자감세 아닌 1400만 개미 감세”라고 전하고, “증시의 기회 사다리 기업들 성장 통해 국민 이익 보는 것”이라는 정부 입장을 그대로 제목에 인용했다.

선거용 정책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견제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을 넘어긍정적 보도가 넘치면서 윤 정부의 관권 선거정책 남발에오히려 가속도가 붙는 악순환이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