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의 ‘ㅎ’도 잘 모르는 ‘힙알못’이지만, 어쨌든 대세가 되어버린 이 음악장르에 대해 한마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선, 한 가지 의문. 예전과 달리 힙합을 하겠다는 사람도 많고 즐기는 사람도 많은데, 왜 힙합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것일까?

그건, 최근 힙합 장르의 음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서 답을 찾을 수 있겠다. 작금의 힙합엔 ‘과시’와 ‘멸시’밖에 남지 않았다. 요즘 발표되는 힙합의 가사를 뜯어보면 대부분 돈 자랑을 하거나 아니면 약자와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참으로 가볍고 시시하다.

발표되는 음원마다 1위를 찍고 힙합을 주제로 한 경연대회도 인기를 끌며, 심지어 사회·문화 트렌드를 주도하기까지 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바로, 여기에 <무한도전>에서 추진한 ‘역사힙합’의 대단함이 있다.

MBC <무한도전>에서 추진 중인 ‘역사 X 힙합 프로젝트-위대한 유산'의 공연이 22일로 확정됐다. <무한도전> 멤버들과 래퍼들이 짝을 이뤄 역사를 주제로 랩을 만드는 ‘위대한 유산‘ 프로젝트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진 않은 ‘힙합‘과 ‘역사‘를 한데 묶었다.

자칫 어렵고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역사를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음악장르인 힙합을 통해 전달하겠다는 옹골찬 기획. 그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뒤로 미루더라도, 힙합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메시지의 한계를 넓혔다는 의미에서 이런 식의 시도 자체는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무한도전>은 이번 ‘역사힙합’을 추진한 배경에 대해 설민석 강사의 입을 빌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요즘 국민 여러분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그 물음에 해결을 줄 수 있는 게 역사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이 있다”라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모든 국민이 ‘멘붕’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무한도전>은 역사에서 답을 찾자고 제안한 것이다. 많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최순실의 이미지와 몇몇 유행어(?)를 소비하면서 그걸 풍자라고 우기던(?) 시점에서, <무한도전>의 격이 다른 풍자는 더 돋보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국정교과서’ 논란 등 그간 역사를 등한시했던 우리 사회를 에둘러 비판하기 위해 멤버들과 래퍼가 ‘역알못(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을 자처하는 해학까지 선보인다. 정말로 박수가 아깝지 않다.

끝으로, <무한도전>의 ‘역사힙합’이 대단하게 느껴진 이유는 바로,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 삼아 래퍼들에게 역사에 대한 관심을 심어주었다는 데 있다. 아이돌 역사의식 논란 사건에서 보듯, 우리 사회는 연예인들의 역사 인식에 유독 박한 정서가 있다.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는 점은 외면하면서, 그들의 무지나 실수에 대해선 매몰찰 만큼 비판을 가한다. 어떻게 하면 역사 교육을 확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비난은 쉽고, 고민은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무한도전>은 그들에게 교육이라는 기회를 제공하고, 아예 역사를 주제로 랩을 만드는 시간을 제공한다. 역사를 모르는 이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함께 배우고 조금 더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다. 역사의식이 부족하다고 해서 인성을 의심하고 심지어 국민의 자격까지 운운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대체 뭣이 중한지’를 알려주는 속 시원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음악이 만들어질지는 모르겠으나, <무한도전>의 ‘역사힙합’이 100년, 200년이 흐른 뒤에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길 기대해본다. “스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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